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이번 한 주도 보람차게 보내고 계신가요?
서울 근교는 최근 본격적으로 단풍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 지방 갔을 때만 해도 아직 멀었네 수준이었는데 1~2주 사이 이렇게 바뀌기 시작한 것입니다. 근래 수년동안 단풍놀이 한번 제대로 못 갔었는데 올해는 가까운 곳이라도 한번 들러서 눈으로만이라도 실컷 호강 한번 하다 와야겠습니다.
얼마 전 한갓진 은행나무 가로수길을 걷다가 샛노랗게 물든 잎들의 화사함에 우와 하다가 아래에 밟히는 열매의 비릿한 냄새에 또 한번 놀랐습니다. 멀리서 보면 이런 지뢰(?!)들을 피해서 어기적거리며 걷는 사람들의 모습을 간혹 보실 수 있을텐데 그날은 제가 그랬죠.
은행나무는 고생대 폐름기부터 있었던 엄청 오래된 식물입니다. 게다가 다른 나무들과는 달리 식물 분류학상으로 ' 1문 1강 1목 1과 1속 1종' 밖에 없는 참 특이한 녀석이기도 합니다. 대멸종의 시기를 몇 번씩이나 살아남았으니 그 생명력은 정말 탁월합니다. 하지만 그거 아시나요? 현재 은행나무는 자연상태에서는 멸종위기종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 IUCN의 Red List에서 ginkgo로 검색) 그 흔한 은행나무 가로수는 사람에 의해 식재되고 키워진 것이고, 실제 자연 상태에서 자생하는 은행나무는 거의 없어졌다는 얘기입니다. 왜 생명력이 그렇게 강한 식물이 사라져가고 있는걸까?
위키백과를 보니 은행나무 열매는 많은 동물과 곤충들도 먹지도 않고 심지어 건드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은행나무의 과육에는 심한 알러지를 유발하는 성분들이 있고 그 속의 열매에도 시안배당체와 메칠피리독신이라는 독성물질이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사람도 열매를 먹을 때는 꼭 익혀서 그것도 많이 먹으면 안 좋다고들 합니다. 대부분의 동물들이 먹지 않는 은행나무 열매는 번식을 위한 매개동물이 필요한데 오래 전 과거는 모르겠으나 현재로선 사람이 그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열매가 땅에 떨어져 자생하진 않나 싶긴 하지만 땅에 떨어진 열매도 수분이 제법 있고 가리는 나무들이 많지 않은 그런 환경이 아니면 비틀어 마른 형태로 그대로 발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네요.
금주 초에는 스타트업들의 데모 데이가 있어서 다녀왔습니다. 저희도 5년 전인 2018년도에 각종 데모 데이에 나가 가진 기술과 포부를 소개하곤 했었습니다. 이제 갓 5년을 넘긴 아이 수준인데 새로 등장하는 스타트업들에 대한 평가를 하는 상황이 되어 새삼스럽기도 했습니다. 해당 데모 데이는 최종 결선으로 예비창업 리그와 창업 리그로 구분되어 있었는데 대부분 0~2년차 이내의 곳들이었고 창업리그인데도 설립 1년이 채 되지 않은 곳들도 제법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들 잘 준비되고 아이템도 좋은거죠? ^^; 설립 1년도 안 된 곳들도 이미 완성도 높은 제품과 서비스를 가지고 있었고 사업화를 위한 기술/상품 공급망과 실제 고객 확보 등까지... 이미 많은 준비가 되어 있었고 심지어 벌써 몇억대의 매출이나 수백만명의 등록 사용자 확보까지 된 곳들이 있었습니다. 마치 인터넷 방송 처음이라면서 수백만의 팔로워를 가진 유튜버가 나온 듯한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요 몇년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요? -_-; 수많은 선배 스타트업들의 성공/실패담을 벤치마킹하며 시행착오도 최소화하고 글로벌로 나아가기 위한 패스트 트랙을 가이드 받은 덕분도 있겠지만 기본적인 역량이 예전 대비 훨씬 높아졌다는 생각이 들었고 우리도 좀 더 분발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습니다.
앞서 은행나무의 경우나 데모 데이에 나왔던 스타트업의 경우를 합쳐 보면 각자 자신들만의 역량을 제대로 키우고, 좋은 때와 협력할만한 기업들로 구성된 좋은 생태계가 제대로 된 비즈니스를 하기 위한 필요요소인 것 같습니다. 생명력이 강해 보이는 종도 주변의 도움없이 혼자만의 힘으로 환경 변화에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듯 기업도 마찬가지일테니까요. 저희도 다양한 산업 도메인 기업이나 기술기업들과 협업을 이어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 뜬금없는 비유를 해 봤습니다. 아무쪼록 다들 성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